카테고리 없음

35층 규제 폐지, 왜 이제야 풀렸나?

행이이 2025. 8. 9. 23:15

 

스카이라인 변화


서울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알록달록한 아파트 지붕들이 ‘한 줄’로 가지런히 놓인 장면이 많습니다.

특히 강남·목동·잠실 일대는 마치 자로 잰 듯 높이가 비슷하죠.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10여 년간 서울 아파트 재건축에 발목을 잡아온 ‘35층 규제’의 흔적입니다.

 

이번에 이 규제가 드디어 폐지됐습니다.

그동안 “재건축을 하려면 35층 이내”라는 룰 때문에 멈춰 있던 수많은 단지가, 이제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단순히 ‘층수 높이기’에 그치지 않고, 서울 도시계획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1. 35층 규제의 탄생과 배경

서울시의 35층 규제는 2014년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도입됐습니다. 당시 이름은 ‘2030 서울플랜’이었죠.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 도시 경관 유지: 한강변에 높이가 들쭉날쭉한 건물들이 들어서면 경관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 주거 환경 보전: 초고층은 일조권, 조망권, 바람길 차단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
  • 균형 개발: 특정 지역에만 초고층이 몰리는 현상을 방지

그래서 한강변뿐 아니라 주요 주거지의 재건축에도 ‘최고 35층’이라는 제한이 붙었습니다.

예외적으로 업무·상업지구나 특별계획구역에서만 더 높은 건물이 허용됐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규제는 점점 ‘도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불리게 됩니다.

 

2. 재건축·재개발의 좌절과 주택 공급 부족

서울의 재건축 단지는 대부분 1980~90년대 준공된 아파트입니다.

구조는 노후했고,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며, 세대 내부 평면도 지금 기준으로는 비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재건축하려면 용적률(대지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과 층수 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4층 전후의 중층 아파트입니다.

35층 제한을 적용하면 용적률을 크게 늘리기 어려워, 세대 수 증가가 미미합니다.

세대 수를 늘리지 못하면 분양 수익도 줄어, 조합원 부담금이 커집니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단지가 조합 설립조차 못하고 수년간 멈춰 있었죠.

 

특히 한강변 대단지 재건축 후보지(압구정·여의도·이촌 등)는 조망 가치가 매우 높음에도 층수 제한으로

‘반쪽짜리 개발’밖에 못 했습니다.

 

3. 규제 완화 요구와 정치적 변화

주택 공급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35층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부각됩니다.

  • 정부 차원: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시 규제 완화를 촉구
  • 시장 교체: 오세훈 시장 복귀 후 “한강변 스카이라인 규제는 과도하다”는 입장 표명
  • 민간 요구: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들이 ‘사업성 회복’을 이유로 폐지 요구

정치적 변화와 주거 시장 압박이 맞물리면서, 2024년 말 서울시는 공식적으로 35층 규제를 폐지했습니다.

대신, 개별 구역별로 건축심의를 통해 스카이라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죠.

 

4. 규제 폐지의 즉각적 파급력

규제가 풀리자마자, 부동산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 압구정 현대: 기존 35층 설계안을 버리고 50층 이상 랜드마크 타워 검토
  • 여의도 시범아파트: 한강 조망 극대화를 위해 초고층 복합단지 계획
  • 목동: 전면 재검토 후 ‘수익성 확보 가능’ 분석 보고서 속속 등장

서울 외곽의 재건축 단지보다는 강남·한강변 대규모 단지에서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5. 찬반 여론

<찬성>

  • 주택 공급 확대 → 전세난·매매가 급등 완화 기대
  • 글로벌 도시 경쟁력 강화 → 뉴욕·도쿄급 스카이라인 가능
  • 조망·디자인 경쟁 → 랜드마크 가치 상승

<반대>

  • 초고층 집중으로 교통·환경 부담 가중
  • 일조권·조망권 분쟁 심화
  • 지역 간 격차 확대 우려

 

6. 서울 스카이라인의 미래

규제 폐지는 단순히 건물 몇 층 더 올리는 문제를 넘어서, 서울의 하늘 풍경을 새로 그리는 작업입니다.

  • 강남·용산·여의도에 초고층 아파트와 오피스가 집중될 가능성
  • 한강변은 랜드마크 타워가 이어지는 ‘수평선’에서 ‘수직선’으로 변화
  • 서울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층 개발이 유지될 전망

전문가들은 2030년쯤이면 한강변에 최소 10개 이상의 50층 이상 타워가 들어설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제 진짜 경쟁이 시작됐다"

35층 규제 폐지는 ‘서울의 속박을 푸는 열쇠’이자, 동시에 ‘새로운 과제의 시작’입니다.

높아진 자유만큼, 더 철저한 도시계획과 인프라 확충, 환경 대책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나 높이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살기 좋게 만들 것인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이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 이어질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