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서울 도심이 품은 마지막 꿈, 다시 펼쳐지다
“100층 타워에서, 도시 숲과 한강을 내려다보는 그 날이 올까?”
1️⃣ 서울 중심에 남겨진 마지막 퍼즐, ‘용산’
서울 한복판, 지하철 1호선 열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유난히 텅 비어 보이는 넓은 공터를 발견하게 됩니다.
남영역과 용산역 사이, 철길이 엉켜 있는 이 지역은 원래 코레일 철도정비창이 있던 곳이죠.
지금은 철거되고 나서도 오랫동안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땅을 처음 본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땅이 서울 한가운데 있다니, 왜 아무것도 안 지은 거지?”
그러나 그 속에는 오래된 이야기와 멈춘 시간들이 숨어 있습니다.
🕰️ 멈춘 시간: ‘용산 드림허브’의 붕괴
2000년대 중반, 서울시는 이 땅을 '용산 드림허브(Dreamhub)'라는 이름으로 개발하려 했습니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과 금융사가 합류한 민간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였고,
100층 이상 랜드마크 타워, 문화시설, 주상복합 등이 포함된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치며 자금이 마르기 시작했고,
2013년 결국 사업시행법인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업은 공식적으로 좌초되었습니다.
이후 이 부지는 10년 넘게 “서울의 흉터”, “버려진 중심부”라는 말까지 들으며 방치되었죠.
2️⃣ 도시가 직접 그리는 미래, 신용산의 두 번째 기회
서울시는 용산을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땅이 넓어서가 아니라, 서울 도시 구조상 가장 핵심적인 입지에 있기 때문이죠.
- 남산과 한강 사이, 도시와 자연이 동시에 접하는 최적의 위치
- 1호선, 경의중앙선, 신분당선, GTX까지 들어설 철도 교통 허브
- 행정 중심(광화문), 경제 중심(여의도), 문화 중심(용산공원)과 모두 연결됨
- 바로 옆에는 대사관 밀집지, 미군기지 반환지, 이태원 등이 존재하는 국제적인 환경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는 이곳을 단순한 개발이 아닌, 도시 자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재생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붙은 이름은 바로 “용산국제업무지구(Yongsan International Business District)”.
이제는 민간 자본이 아닌 공공 주도로,
코레일과 SH공사, 서울시가 함께 책임지고 그리는 도시가 된 것입니다.
3️⃣ 도시의 미래는 ‘수직 + 복합 + 녹색’
YIBD는 단순히 빌딩 몇 개를 세우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한 도시의 작동 원리와 삶의 질, 지속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실험실입니다.
① 초고밀 수직도시
YIBD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100층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입니다.
이 타워를 중심으로 업무시설, 거주공간, 상업시설, 문화시설이 수직으로 집적됩니다.
단지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여러 건물들과 공중 데크(Sky Trail)로 연결되며,
건물 간 이동 자체가 도시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업무지구는 용적률 최대 1,700%까지 적용
- 평균 45층 이상의 고층 오피스 밀집
- 건물 내에 도서관, 콘서트홀, 미술관 등 복합 편의시설 포함
② 자연이 도시 안으로 들어온다
지상 철도와 고속도로는 지하로 묻히고, 그 위로는 광장과 숲, 보행로가 생깁니다.
용산공원과 한강, 그리고 남산을 잇는 녹색축(Green Axis)을 형성하죠.
- 총 8만㎡ 이상의 공원 조성
- ‘그린 스퀘어’라는 중앙 보행광장과 공공문화공간
- 시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열린 도시 구조
③ 교통은 스마트하게,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및 자율주행 셔틀 도입
- 스마트 통합교통시스템 (MaaS, C-ITS) 적용
- 에너지 순환형 건축과 LEED 인증 계획 추진
- 도시 전체를 하나의 “스마트 에코시스템”으로 설계
4️⃣ 서울은 세계를 꿈꾼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기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성격의 해외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곳들이 있어요:
- 뉴욕 허드슨야드(Hudson Yards): 철도차량기지를 덮고 복합도시화, 현재 글로벌 금융 중심
- 런던 캐너리워프(Canary Wharf): 항구 부지를 고밀도 금융타운으로 변신
- 상하이 푸동 루자쭈이: 과거 농지였던 지역을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만든 대표적 계획도시
용산은 이들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시”,
“산업지에서 스마트 복합도시로 전환”되는 상징성을 지닙니다.
하지만 서울은 이들보다 밀도도 높고, 주민 이해관계도 복잡하죠.
그래서 더 섬세하고 균형 잡힌 설계가 필요합니다.
5️⃣ 그 도시 안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 대규모 개발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저기 들어가는 집값은 도대체 얼마야?”
“서민은 살 수 있을까?”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격을 “주거 중심이 아니라 업무 중심”으로 못박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일부 공간에는 임대주택 및 중형 주택 유형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개발 수익의 일부는 공공환수로 시민 편의시설에 재투자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문제는 아직 남아 있죠:
- 토양오염 논란: 산업유물과 폐기물이 남아 있고,
일부 지역은 ‘아스팔트 덮고 공원화’하는 방식이 안전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 지역민 소외 우려: 기존 용산 주민들은 이 계획이 자신들과 무관한 ‘고층 엘리트 도시’가 될까 우려합니다.
- 기억해야 할 역사: 2009년의 용산참사는 도시개발이 가져올 수 있는 갈등과 폭력의 상징이었습니다.
6️⃣ 마무리: 도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분명 거대한 기획입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건물을 얼마나 높게 지을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삶을 살게 될 도시인가
그 본질적인 질문을 끝까지 놓치지 않아야 이 도시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공공과 민간, 서울과 세계,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이 거대한 도시 실험실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