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을지로에 들어오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여긴 도대체 공업지구야? 카페거리야?”
철공소의 쇠 냄새, 오래된 간판, 수십 년 된 셔터.
그 사이로 힙한 카페와 공방, 작은 갤러리들이 불쑥불쑥 등장한다.
사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을지로는
서울이 수십 년 동안 고민해온 도심재생 실험의 결과물이다.
1️⃣ 쇠락의 시작 – “을지로는 그냥 오래된 철공소 거리였다”
을지로는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제조업의 중심이었다.
수백 개의 금속가게, 인쇄소, 방산 상점이 이 일대에 모였고
“서울의 공업골목”으로 불렸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제조업이 외곽(시화·반월 등 산업단지)으로 빠져나가자
을지로는 빠르게 침체됐다.
철공소가 문을 닫고, 창고처럼 비어 있는 건물들이 늘어났다.
2010년대 초 기준, 을지로3가 일대 영세공업체의 폐업률 35% 이상
(서울시 도시재생 포럼 발표자료)
2️⃣ 완전 철거 대신 ‘낡은 것에 새로운 기능을 넣는’ 방식
2014년, 서울시는 고민 끝에 을지로 일대를 전면 재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대신
“낡은 것을 없애기보다, 그대로 두고 새로운 기능을 얹는 방식으로 살려보자”
를 선택했다.
이게 바로 도시재생 1세대 방식과 다른
“리노베이션형 도심재생”의 시작이었다.
일반 재개발 을지로형 재생
낡은 건물 철거 → 완전히 새 건물 기존 건물 그대로 → 내부·1층 용도 전환
대규모 아파트·오피스 위주 공방, 작업실, 문화공간 중심
개발 속도 빠름 단계별, 점진적 변화
3️⃣ 변화를 만든 건 ‘카페’가 아니라 공방·작업실
을지로 재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대기업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젊은 창작자들이 공간을 채웠다는 것이다.
예) 을지로3가의 ‘을지로3번출구’ 프로젝트
비어 있던 철물점 1층 → 아트워크숍 + 소규모 카페
2층 → 금속 공방과 디자인 스튜디오
3층 → 전시 가능한 공유 작업실
이런 방식으로
빈 점포가 → 공방 → 작업실 → 문화curator → 작은 북카페
로 변하면서 천천히 거리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4️⃣ 현재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 가장 새롭다”
2023년 기준 을지로세운지구에는
- 120개 이상의 공방·창작 스튜디오
- 80여 개의 리노베이션형 카페·전시공간
- 매년 30건 이상의 디자인·공예 로컬 프로그램
이 운영되고 있다.
놀라운 건,
👉 1층은 여전히 금속가게,
👉 2~3층은 디자이너·건축가 작업실 이라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바로 이것이 을지로 재생이 다른 지역과 다른 지점이다.
“과거 기능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기능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 마무리 – 을지로는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 ‘진행 중인 실험’이다
을지로는 성공적인 도심재생 사례로 자주 언급되지만,
사실 아직도 이 골목에는 셔터가 내려간 금속상가도 많고
지역 상인과 젊은 창작자 간 갈등도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없애고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 “남겨두고 바꿔 쓰는 방식”이
도시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강력한 사례를 보여준 도시다.
아마 앞으로 한국의 다른 낡은 도심들도
을지로처럼
“철거냐 유지냐”의 선택이 아닌
“새로운 쓰임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다시 살아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