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익숙한 도시계획의 키워드는 주로 ‘스마트’, ‘친환경’, ‘지속가능’ 같은 단어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의 도시정책 보고서에서는 아주 다른 개념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Resilience City(회복력 도시)”입니다.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도시가 아니라,
홍수·폭염·폭우가 이미 일상화된 시대에 “얼마나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도시인가”를 기준으로 도시를 설계하겠다는 접근이죠.
1️⃣ 리질리언스 도시란? (Resilient City)
Resilience는 원래 심리학 용어로 “회복탄력성”을 의미합니다.
도시계획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예기치 못한 재난·기후 충격이 발생했을 때,
최소한의 피해만 입고 빠르게 정상 상태로 복원될 수 있는 도시”
기존의 친환경 도시나 저탄소 도시가
“기후변화를 막는 도시”였다면,
리질리언스 도시는 “기후변화에 견디고, 복원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왜 지금 “회복력”이 중요한가?
▶ 폭염 : 2023년 유럽, 여름 최고기온 45°C 이상 기록
▶ 홍수 : 독일·벨기에 2021년 홍수 → 220여명 사망, 철도·도로망 대부분 마비
▶ 해수면 상승 : 네덜란드 해안 저지대, 매년 0.4~0.6cm씩 수위 상승
이런 현상은 ‘언젠가 올 문제’가 아니라 이미 발생 중인 현실입니다.
그래서 유럽 주요 도시들은
❌ “기후변화를 어떻게 막을까?”보다
✅ “이미 벌어지는 기후충격에 도시가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를 먼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3️⃣ 주요 도시 사례
도시 | 회복 전략 | 특징 |
네덜란드 로테르담 | 플로팅 하우스, 수변 저류공원 | 도시 전체를 “홍수 수용형 도시”로 설계 |
독일 함부르크 | 그린루프 의무화, 침수지역 제한 개발 | 폭우 시 지붕이 물을 저장·지연시키는 구조 |
덴마크 코펜하겐 | ‘Cloudburst Plan’ (폭우 대응 계획) | 도로 일부를 임시 수로로 전환하는 설계 |
스페인 바르셀로나 | 폭염 쉼터 + 300m 거리 내 녹지 | ‘열회복 생활권’ 개념 도입 (Heat Resilience) |
특히 코펜하겐은
“도로는 평상시에는 자동차가 다니고,
폭우 시에는 물이 흐르는 임시 수로로 활용된다”
라는 개념을 도면에 반영했는데,
이게 바로 리질리언스 도시의 핵심입니다. (기존 기능 + 위기 대응 기능을 이중 설계)
4️⃣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한국 도시계획 역시 최근 들어 “기후탄력성”이라는 단어가 법령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 재해예방시설 → “방재시설” 수준에 머물러 있고
- 도시 전반의 구조나 생활권 단위에서
“재난 발생 시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설계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즉, 한국은 여전히 “막는 도시” 중심이고
유럽은 “막되, 무너졌을 때 빨리 회복할 수 있는 형태까지”를 포함해 설계하고 있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 마무리 – “지속가능”을 넘어서 “회복가능”으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기후위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개념이라면,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기후위기가 이미 시작된 상태에서,
우리의 도시가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개념입니다.
앞으로 도시계획의 새로운 기준은
단순히 “얼마나 친환경적인가?”가 아니라
“충격을 받았을 때, 얼마만큼 다시 일어설 수 있는가?”가 될지도 모릅니다.